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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서관에서 꿈을 꾸다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비 개인 고샅길에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담쟁이가 새순을 틔워 출렁댄다. 온몸으로 끊임없이 벼랑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는 무슨 꿈을 꾸는 걸까.

도서관 가는 길에는 풀잎도 나무도 바람에 춤을 추고 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듯, 꼬불꼬불 푸른 숲길을 지나면 싱싱한 풀 향기가 가득하다.

도서관에서 소규모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나는 꿈을 꾸었고, 작가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독서 토론과 글쓰기를 병행하면서 문학공부를 시작한 지도 몇 해가 지났다. 도서관에서는 오로지 독서를 하는 공간이 아닌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해준다. 이웃과 소통을 하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자신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찾아 능력을 키워갈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농촌 마을에는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는 학교가 오랜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봄이면 벚꽃축제가 열리고, 하늘을 향해 치솟는 울창한 숲이 쉼터로 조성되어 있다. 학교에서 텃밭을 가꾸며 자연의 숨소리를 체험하며 공부할 수 있는 전형적인 농촌 학교다.

두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곳은 학교도서실 문고가 전부였다. 도시로 나간 선배들이 정성껏 보내주었던 책을 그야말로 보물처럼 여기며 읽었다. 아이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고, 또박또박 감상문과 글짓기 게을리하지 않았다. 독서는 늘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호기심과 더불어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 주었다.

책 속에 창조적인 미래가 있고 길이 있다고 했다.

얼마 전, 경남도는 농어촌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 장서를 기증하자는 ‘드림- 북(Dream-Book)’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미래를 위해 매우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여기저기 잠자고 있는 책을 기증하고 책을 보내주자는 독서문화 운동이다. 도내 작은 도서관은 아파트가 밀집한 곳에 의무화되어 있지만 농어촌 지역에는 소외되어 있다. 도시에 비해 문화혜택을 누릴 수 없는 농어촌 자연부락에도 예산을 지원하여 작은 도서관을 지어 그 수를 늘려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이 독서와 더불어 많은 지식을 쌓고, 풍요로운 감성을 키워갈 수 있으리라.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1915~1980)는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은 것이 없었다고 했다. 그것은 책을 읽다 보면 그 텍스트에 반응하여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또 현실적인 위치에서 끊임없이 성찰하며 다양한 해석을 허용하였다. 독자가 일방적인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니라 서로를 찾고 만나 즐겨야 할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주장에서 불현듯 “사람 집에는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어야 한다.”던 어머니의 말이 환청처럼 들린다. 집이나 마을, 농촌에 있는 작은 학교나 지역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야 발전적인 교류로 이어질 것이다.

문학과 도서관은 작가와 독자의 만남처럼 뗄 수 없는 매개체가 아닐까. 내가 공부하는 문학이란 거대한 것이 아닌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얻는 소소한 행복이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늘 존재하는 일이기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시골에는 아직 도서관이 없는 곳이 많다. 그래서 필요한 책을 빌리려면 아파트가 형성되어 있는 읍내까지 가야만 한다. 도시에 비해 문화적인 혜택을 누릴 수 없는 농어촌 자연부락에도 작은 도서관이 들어서면 좋겠다.

꿈을 꾸던 도서관 앞마당에 햇빛이 쏟아진다. 나는 또 푸른 손을 흔들고 있던 담쟁이의 질긴 생명력이 궁금하다.

(칼럼)김영미-수필가-경남문인협회원_택

도서관에서 꿈을 꾸다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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